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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m Note (감정 회복 일기)

요가: 몸의 움직임에 대하여

by Petite daé 2025. 3. 24.

 

 

일요일 

 

 

 

 

일주일 동안 찌뿌듯하게 접혀 있던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어떻게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할지, 천천히 고민해보았다.


오늘은 왠지 체육관에 가서 무거운 무게들로 근육을 자극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 아니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 그 직관적인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데 커피 한 잔이 필요했다.

 

오늘은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들을 구석구석 흐르게 해보자.

 

공복에 할 수 있는 가볍고 단순한 수련을 선택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트 위에 서서 처음 하는 큰 심호흡으로 공기를 크게 들이 마신 뒤 

서서히 잠들어 있던 근육들을 깨워내며 나의 머리카락부터 눈썹, 발톱까지 집중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매트 위에서 열심히 움직였다. 

 

중간부로 달려가며 뒷 목에서 느껴지는  그 맑은 감각.

 

피가 흐른다. 


마침내 혈액이 순환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도 서서히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잡생각이 많고 부정적인 내가 요가를 하면서 생각을 깨끗이 비워낸다고 감히 말할 순 없다. 

 

온몸의 작은 근육들을 움직일 때 드는 감각은 헬스장에서 근육을 '펌핑'할 때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몸의 사용’이다.

 

완벽하지 않은 동작을 하나씩 정적으로 수행한다.
근육의 세밀한 움직임과 관절 하나하나에 집중하면
내 마음과 몸이 진짜 원하는 것들이,
마치 베일을 하나씩 벗기듯
조금씩 분명해진다.

 

내 몸을 움직이는 과정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가 진짜 원하는 생각’을 들려주는 과정 ㅡ
그걸 알아차리면 번잡스러웠던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림’
이래서 내가 요가를 좋아했지, 새삼 이 느낌이 새롭고 즐겁다. 

 

어지럽고 복잡한 머릿속은 여전히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수많은 생각의 더미 속에서 단 하나, 나를 관통하는 선명한 생각이 또 하나 꿈틀대어 피어난다.

 

완성하지 못한 동작은, 다음으로.
이렇게 해서 또 한 번 요가를 이어가게 된다.


나는 이것을 '몸의 사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상에서 쓰지 않던 근육을 깨우고,
자주 쓰던 근육은 정반대로 움직이는 과정. 스스로 컨트롤해나간다는 작은 확신. 

 

완벽하지 않은 내 동작에 관대해지고,
오늘 아침,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글 쓸 주제를 고민하는 내가 스스로 기특하다.

 

나는 오늘부터 꾸준히 서투르지만 글을 써보기로 했다. 


몸은 언제나 말하고 있었다 —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나는 오늘도 서툴지만 나를 움직였다.

완벽하지 않은 몸의 움직임,
구석구석 흐르는 그 맑은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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